- 입력 2026.10.20 13:15
5,000억 원 규모 농협 NPL펀드 본격 가동
장부상 연체 지우지만 70%는 후순위 재투자
자산 처분 지연 시 만기 때 2차 부실 우려

농축협이 보유한 부실채권을 외부로 매각해 장부상 건전성을 개선하는 부실채권(NPL) 펀드가 본격 가동된다. 하지만 펀드 재원의 상당 부분을 채권을 판 단위조합이 다시 채워 넣는 구조라, 실질적인 위험 이전이 아닌 '연체율 착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전남본부는 20일 전남 관내 일선 농축협 임직원 110여 명을 소집해 상호금융 NPL펀드 설명회를 열고 매각 절차를 공유했다. 상호금융 차원에서 약 5,000억 원 규모의 전용 펀드 조성을 시작하며 조합 참여를 독려하고 나선 것이다.
농협이 펀드 도입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급격히 악화한 건전성 지표가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농협 상호금융의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22조 9,718억 원으로 불어났으며, 전체 연체율은 5.22%까지 치솟았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브리지론 등 여러 단위조합이 공동으로 자금을 댄 공동대출의 연체율은 17.5% 안팎에 달한다. 6개월 이상 연체된 장기 부실을 떠안고 있는 조합 비중도 전국 조합의 80%를 넘어선 상태다.
기존에는 부실채권을 넘길 창구가 계열사인 농협자산관리회사 한 곳에 묶여 있어 매입 용량에 한계가 컸다. 더욱이 복수 조합이 얽혀 있는 수백억 원대 공동대출 사업장은 이해관계 조정이 어려워 일반 매각이 번번이 무산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7월 31일 관련 고시를 개정해 지역 농축협의 여유자금으로 부실채권 기초 수익증권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NPL펀드는 이런 공동대출을 일괄 흡수해 일선 조합 장부에서 연체 채권을 떼어내는 역할을 맡는다.
문제는 펀드의 자본 조달 구조다. 펀드 자금의 약 30%는 은행이나 공제기관 등 외부 기관투자가로부터 선순위 유동화사채(ABS) 발행을 통해 조달해 확정 이율과 원리금 우선 회수 권리를 보장한다. 반면 나머지 70%에 달하는 후순위 투자금은 부실채권을 매각한 농축협들이 채권 매각대금을 활용해 다시 채워 넣어야 한다.
만약 농축협이 100억 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펀드에 넘기더라도, 실제로 손에 쥐는 현금은 선순위 자금에 해당하는 30억 원 안팎에 불과하다. 나머지 70억 원은 펀드의 후순위 수익증권으로 재투자된다. 겉보기에는 장부에서 고정이하여신이 즉시 사라져 연체율이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나지만, 신용 위험의 총량은 만기 5년의 펀드 구조 뒤로 숨겨졌을 뿐이다.
향후 자산운용사가 담보 부동산을 경매나 공매로 처분할 때 회수 가액이 매입가에 미달하면, 그에 따른 모든 매각 손실은 조합이 보유한 70%의 후순위 투자금에서 가장 먼저 차감된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져 담보 부동산의 낙찰가율이 떨어지면, 조합은 채권을 직접 들고 있을 때 감내해야 했던 부실 손실을 펀드 후순위 지분 손실이라는 우회적 형태로 고스란히 반영하게 된다. 기초자산인 PF 사업장의 사업성 회복이나 담보 가치 반등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펀드 만기 시점에 일선 농축협은 거액의 손상차손을 장부에 한꺼번에 쏟아내야 하는 2차 부실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결국 농협 NPL펀드의 성패는 펀드 결성을 통한 지표 세탁이 아니라 실질적인 자산 처분 능력에 달렸다. 펀드 편입 직후 외부 전문 운용사를 통해 ▲시공사 교체 ▲담보 처분 ▲채무 재조정 등 실제 워크아웃을 과감하게 집행해야 최종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부동산 시장 회복만을 기다리며 만기 연장으로 부실을 미루는 관행이 반복된다면, 펀드에 묶인 70%의 후순위 지분은 향후 단위조합의 자본을 갉아먹는 직접적 요인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