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헌석 기자
  • 입력 2026.09.22 16:51

미국 증권사, 인수 직후 시세조종 감시 부실로 100만달러 제재
인도네시아 생보 법인은 진출 13년째 시장 점유율 0.2%에 못 미쳐
노부은행 증자 압박과 본사 기본자본 규제가 함께 다가온다

한화생명
한화생명

한화생명이 올해 상반기 해외 자회사에서 거둔 순이익은 1,030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해외 순이익 1,178억원의 약 87%를 반년 만에 달성했고, 연결 순이익 9,045억원의 약 11%를 차지했다. 회사는 이를 '보험을 넘어 은행·증권으로 넓힌 글로벌 전략의 성과'로 소개했다.

목표도 제시했다. 해외 자회사 손익을 2026년 2,000억원, 2030년 3,041억원까지 늘리고, 현재 11%인 손익 비중을 계속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숫자 뒤를 들여다보면 과제가 적지 않다. 성장을 이끈 미국 증권사는 인수 직후 미국 규제 당국으로부터 내부통제 부실 판정을 받았다. 인도네시아 생보 법인은 진출 13년째 존재감이 미미하다. 경영권을 확보한 인도네시아 은행에는 현지 감독 당국의 자본 확충 요구가 걸려 있다. 해외 사업 규모를 키우는 속도에 비해 인수 이후 관리가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해외 이익의 절반은 금리와 증시 덕분이었다

상반기 해외 순이익을 법인별로 나누면 베트남 생보 법인 320억원,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클리어링 290억원,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290억원이다. 나머지 약 130억원을 인도네시아 생보 법인과 현지 손보사가 나눠 가진 셈이다.

증가분의 원천은 외부 여건에 크게 기대고 있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벨로시티의 순이익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수익 증가와 AI·반도체 중심 증시 호조에서 나왔다. 노부은행은 정부 지원 주택담보대출 확대로 이자수익이 크게 늘었다.

금리와 증시 방향이 바뀌면 이 이익은 쉽게 줄어들 수 있다. 그래서 두 회사를 인수한 뒤 운영 체계를 얼마나 다졌는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인수 한 달 만에 날아든 미국 규제 당국의 제재

한화생명은 벨로시티 지분 75%를 인수하면서 국내 보험사 최초로 미국 증권사를 사들였다. 거래는 2025년 7월 30일 마무리됐고, 매각자는 사모펀드 서버러스 계열이었다.

거래 종결 한 달 만에 미국 규제 당국의 판정이 나왔다. 미국 금융산업규제청(FINRA) 합의문에 따르면 2019년 12월부터 2023년 6월까지 벨로시티의 자동 감시 시스템은 스푸핑, 레이어링, 자전거래 등 시장 교란이 의심되는 경보를 15만 건 가까이 발생시켰다. 이 가운데 14만7,000여 건(98%)이 아무 조사 없이 종결됐고, 약 3분의 1은 경보가 뜬 당일 닫혔다. 준법감시 부서는 한때 직원 한 명에게 의존했다.

문제는 과거에만 있지 않았다. 벨로시티가 감시 시스템을 교체한 뒤에도 새 시스템이 약 1,520만 건의 경보를 생성했는데 거의 전부가 조사나 조치 없이 종결됐다. 2025년 초 기준으로 520만 건 이상이 여전히 검토되지 않은 상태였다. 제재 결과는 견책, 벌금 100만달러, 규제청이 승인한 독립 컨설턴트를 선임해 감독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의무였다.

제재는 한 건이 아니었다. 뉴욕증권거래소와 NYSE 아카는 2025년 8월 25일 별도 사건으로 벨로시티를 제재했다. 2022년 1월부터 신용한도와 착오주문 통제 등 시장접근 규정상 위험관리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고, 조사 요청에도 합리적으로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벌금은 총 12만달러였다.

인수 전에 이 문제를 알 수 있었는지도 따져볼 대목이다. 벨로시티가 규제 당국에 스스로 신고한 기록에는 시세조종 감시 관련 규제 절차의 개시일이 2024년 11월로 적혀 있다. 한화생명이 인수 계약을 발표한 시기와 겹친다. 국내 금융권에서도 한화생명이 인수 전에 이 문제를 제대로 검토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1년이 지났지만 520만 건 처리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제재 확정 이후 1년 가까이 지났다. 그런데 독립 컨설턴트의 점검 결과와 미검토 경보 520만 건의 처리 결과는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미검토 경보 속에 실제 시세조종이 섞여 있었다면 추가 제재 가능성도 남는다.

변화의 흔적은 인적 쇄신 정도다. 규제 당국 공시를 보면 2025년 11월 최고운영책임자가 새로 선임됐고, 2026년 1월에는 최고준법감시인과 공동대표 두 명이 새로 취임했다. 현재 계류 중인 규제 사건은 없다.

다만 경영진 교체가 감시 체계의 실질적 정상화를 뜻하는지는 별개 문제다. 한화생명은 벨로시티의 순이익 증가를 성과로 내세우면서도 내부통제 개선 진행 상황은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진출 13년째 인도네시아 생보 법인, 점유율 0.2%에 못 미친다

인도네시아 생보 법인은 한화생명 해외 진출의 오래된 축이다. 2013년 10월 24일 영업을 시작해 현지에서 유일한 한국계 생명보험사로 활동하고 있다.

회사 측은 최근 현지에서 성장세를 강조했다. 상반기 보험료 수입은 1,722억9천만 루피아로 전년 동기보다 18.85% 늘었고, 연간 목표 3,228억 루피아의 약 53%를 채웠다.

시장 전체와 비교하면 그림이 달라진다. 2025년 이 법인의 보험료 수입은 2,951억5천만 루피아였다. 같은 해 인도네시아 생명보험업계 전체 보험료 수입은 181조2,700억 루피아였다. 단순 계산하면 점유율은 0.16% 정도다. 진출 13년이 지났지만 원화로 환산한 연간 보험료는 수백억원대에 머문다.

자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도 있다. 상반기 지급여력(RBC) 비율은 1,958.03%로, 감독 기준 120%의 16배를 넘는다. 건전성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영업 규모에 비해 쌓아둔 자본이 과도하게 많다는 해석도 가능한 수치다.

노부은행에는 이익보다 증자 요구가 먼저 올 수 있다

한화생명은 리포그룹이 보유하던 노부은행 지분 40%를 확보해 경영권을 가진 핵심 주주가 됐다. 국내 보험사 최초의 해외 은행업 진출이다.

그런데 인수 직후 여건이 바뀌었다. 2023년부터 추진되던 노부은행과 MNC은행의 합병이 무산된 것이다.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은 합병 취소를 발표하면서 두 은행의 지배주주에게 추가 출자나 새 전략적 투자자 유치를 통해 자본을 계속 확충하라고 요구했다.

이 요구는 한화생명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5년 9월 기준 노부은행의 기본자본은 3조8,300억 루피아였다. 합병이 성사됐다면 두 은행은 기본자본 6조 루피아 기준을 곧바로 넘길 수 있었다. OJK는 기본자본 3조~6조 루피아 구간 은행군(KBMI I)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노부은행은 자본을 크게 늘려야 한다. 경영권을 쥔 한화생명이 증자를 떠안을 수 있는 구조다.

OJK는 이와 별도로 금융복합기업 규정에 따른 후속 조치를 한화 측에 공문으로 안내했다. 현지 금융 계열사를 지주회사 체제로 묶어야 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해외 확장을 받쳐줄 본사 자본 여력은 충분한가

해외 자회사의 자본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에 본사 자본 여력은 빠듯하다. 한화생명의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 비율은 지난해 말 약 58%로 추정됐고, 회사는 이를 올해 말까지 60~7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규제 기준도 높아진다. 금융당국은 2027년부터 보험사에 기본자본 킥스 비율 80% 이상 유지를 권고하고, 50% 미만 보험사에는 최저이행기준을 부과할 방침이다. 한화생명은 권고선에 미달하는 보험사로 분류돼 있다. 주주 환원도 멈춰 있다. 역대 최대 실적을 냈지만 배당은 2년째 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 사업이 앞으로 '제2의 수익 축'이 될지, 자본을 계속 빨아들이는 곳이 될지는 몇 가지 사안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벨로시티의 독립 컨설턴트 점검 결과와 미검토 경보 처리 내역이 공개되는지, OJK의 은행군 개편 결정이 언제 나오는지, 노부은행 증자 규모가 얼마로 정해지는지, 인도네시아 생보 법인이 13년째 이어진 정체를 벗어날 구체적 방안을 내놓는지가 관건이다.

올해 해외 순이익 2,000억원 목표를 달성하려면 하반기에만 970억원이 더 필요하다. 달성 여부와 함께 그 이익이 어떤 관리 체계 위에서 나왔는지가 함께 검증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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