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형진 기자
  • 입력 2026.10.22 11:15

빅테크 4사 올 들어 2,284억 달러 회사채 발행
AI 채권 블랙홀에 우량 기업 7%대 고금리 부담
독립계 데이터센터 부도 위험 치솟으며 뇌관 우려

AI 생성이미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 릭 리더(Rick Rieder)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1일 미국 경제방송에 출연해 현 채권시장 수익률을 역사적 기회라고 평가했다. 우량 회사채 시장에서 연 7%대 고수익을 노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거대 기술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천문학적인 채권 물량을 쏟아내며 일반 기업의 자금 조달을 밀어내는 심각한 부작용이 자리 잡고 있다. 막대한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빅테크와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양극화가 채권시장 내부에서 가속화하는 구조다.

초대형 기술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속도는 채권시장이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에 도달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통계에 따르면 알파벳과 아마존, 메타, 오라클 등 4개 기업은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약 2,284억 달러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현금 부자로 통하던 기술 공룡들조차 자체 잉여 현금 흐름만으로 막대한 AI 칩과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전방위적으로 자금을 끌어다 쓰고 있다. 이들이 발행하는 채권은 탄탄한 재무 구조와 높은 신용도를 무기로 투자자 자금을 블랙홀처럼 흡수하는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소수 빅테크의 조달 규모가 전체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을 잠식하면서 다른 차입 주체들에게 비용이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재정적자에 따른 국채 발행 확대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수천억 달러대 회사채 공급이 맞물리자 시장의 장기 실질금리는 치솟았다. 일반 우량 등급 기업마저 6~7%대 이자를 약속하지 않으면 기관투자자의 지갑을 열기 어려워졌다. 이는 빅테크와 같은 막강한 현금 창출력을 갖추지 못한 제조∙유통∙서비스 등 전통 산업 기업들의 채권 발행 여건을 급격히 냉각시키고 있다.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일반 기업들은 투자등급 시장에서 빅테크에 밀려나 만기 연장이나 신규 설비 투자 자금 마련에 상당한 가산 금리를 지불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크레딧 위험의 균열은 이미 데이터센터 밸류체인 하단에서부터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초대형 빅테크의 장기 계약이나 신용 보강을 받지 못한 독립계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들은 급등한 조달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 투기등급 인프라 기업인 코어위브의 경우 회사채 금리가 15%에 육박하고 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가 위기 수준으로 치솟으며 시장 불안감을 키웠다. 거대한 AI 테마 아래 묶여 있던 기업들이 상위 빅테크와 하위 인프라 공급자로 갈라지며 신용 스프레드 양극화가 극단으로 치닫는 셈이다.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도 이번 고수익 회사채 국면은 복합적인 리스크를 내포한다. 연 7%대 이자 수익은 과거 경제 위기나 기업 연체율 급등 국면에서나 볼 수 있었던 수준이다. 지금은 견조한 펀더멘털을 가진 기업들마저 시장의 수급 불균형 때문에 고금리를 지불하고 있다. 그러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빅테크의 추가적인 대규모 채권 물량이 지속해서 쏟아질 경우, 금리 상승 압력과 신용 스프레드 확대가 이어져 단기 채권 가격 하락에 따른 평가 손실 위험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빅테크 주도의 AI 회사채 폭증은 단기적으로 기관투자자에게 안정적인 고금리 자산 편입 기회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나, 거시적으로는 크레딧 시장 전반의 자금 배분 기능을 왜곡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거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유동성을 독식하는 동안, 다른 일반 기업들의 차입 비용 급증과 투기등급 인프라 기업의 재무적 취약성은 채권시장이 떠안아야 할 직접적인 신용 위험으로 번지고 있다. 향후 빅테크들의 AI 투자 회수 시점이 늦어지거나 국채 금리 변동성이 커질 경우, 무리하게 부채를 늘린 하위 인프라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과 차환 실패가 크레딧 시장 전체를 흔드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어 집중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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