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6.10.13 10:39
전국 오프라인 매장 600여 곳 동시 판촉
생축 수출 중단 앞두고 가공육 대체 시장 개척
수입 소고기와의 가격 경쟁 및 정규 공급망 확보

주한 호주대사관 무역투자대표부(Austrade)가 한국 시장에서 대규모 양고기 판촉 행사에 나섰다. 단순한 소비 촉진 행사를 넘어 자국 내 양 수출 정책 변화에 따른 국가 차원의 대체 시장 개척 움직임이다. 대형 전자상거래 유통망 및 오프라인 채널과 직접 손을 잡고, 외식 위주였던 국내 양고기 소비를 가정식 시장으로 넓히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12일 무역투자대표부 동북아 계정 공지에 따르면, 이들은 1일부터 31일까지 쿠팡에서 호주산 양고기 온라인 판촉을 진행한다. 무역투자대표부가 쿠팡과 직접 협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와 관련해 쿠팡 측의 공식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오프라인 공세도 병행한다. 7일부터 27일까지 전국 600여 곳의 GS더프레시 매장에서도 호주산 양고기를 할인 판매한다. 무역투자대표부가 국내 기업형 슈퍼마켓(SSM) 체인과 협력하는 것 역시 최초다. 서울 지하철 9호선 광고 등 대중교통 홍보까지 더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전방위 노출을 시도하고 있다. 구체적인 할인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판촉의 핵심 배경에는 호주 정부의 농업 정책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무역투자대표부는 이번 행사가 호주 정부의 ‘램 십 페이즈 아웃(LSPO)’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진행된다고 밝혔다.
호주 의회는 동물권 보호 등을 이유로 오는 2028년까지 바닷길을 통한 살아있는 양(생축) 수출을 전면 중단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중동 등지로 생축을 주로 수출해 온 호주 양축 농가와 관련 산업은 구조적인 변화를 맞게 됐다.
호주 정부는 산업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전환 지원금을 편성했다. 생축 수출 대신 호주 내에서 도축과 가공을 거친 신선 냉장육 및 냉동육 수출 물량을 늘리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한국에서 진행되는 LSPO 판촉 역시 기존 잉여 물량을 소화하고 고부가가치 가공육 수출을 늘리기 위한 새로운 유통망 발굴 작업의 일환이다.
호주 정부가 한국 시장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국내 소비 구조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과거 양꼬치 등 외식 산업에 머물렀던 양고기 소비가 최근 스테이크 등 가정용 소비로 이동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신선식품 저온 유통망을 갖춘 쿠팡과 근거리 쇼핑 채널인 GS더프레시를 첫 파트너로 선택한 것도 가정식 고기 시장을 겨냥한 행보다.
다만 이 같은 공세가 단기 판촉을 넘어 장기적인 수요 창출로 이어질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가정용 고기 시장에서 양고기는 여전히 한우나 수입 소고기, 돼지고기에 비해 진입 장벽이 높은 틈새 품목이다. 요리 방식이 낯설고 특유의 향에 대한 소비자 호불호가 갈린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실질적인 경쟁 대상은 동일한 용도로 쓰이는 수입 소고기다. 대규모 지원금이 투입된 이번 판촉 기간에는 할인 폭이 커 가격 경쟁력을 돋보이게 할 수 있지만, 보조금 지원이 끝난 뒤에도 수입 소고기 대비 가격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소비 정착을 판가름할 척도다.
이번 판촉을 통해 쿠팡과 GS더프레시 내 양고기 판매량이 어느 수준까지 늘어날지, 그리고 이달 행사가 끝난 뒤에도 양사가 호주산 양고기를 정규 유통 품목으로 확대할지가 향후 호주산 가공육 수출 전략의 성패를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