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6.10.13 13:14
차세대 4F² 구조 서버용 D램 연내 공개
EUV 규제 우회 노린 구조 혁신 시도
플랫폼 호환성 평가와 초기 수율 증명 과제

13일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들이 장중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대표 차오칸위, 이하 CXMT)가 차세대 D램 기술인 4F² 구조를 적용한 서버용 모듈을 연내 출시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저가 범용 제품을 주로 생산하던 중국 기업이 최첨단 아키텍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앞서 12일 뉴욕증시에서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주가는 3.88% 떨어졌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2.67% 내렸다.
다만 반도체 제조 공정 관점에서는 이번 발표를 당장 대량 공급 위협으로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 난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차세대 셀 구조의 특성상 경제성 있는 수율 확보와 엄격한 서버용 신뢰성 인증이라는 관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CXMT 차오칸위 대표는 1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4회 집적칩∙칩렛 콘퍼런스에서 "4F² 메모리 셀 구조 개발에서 핵심적 진전을 이뤘다"며 연말까지 이를 적용한 서버용 DDR5 모듈(RDIMM)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4F²는 현재 상용 D램의 주류인 6F² 구조 대비 셀 면적을 약 33% 줄인 설계다. 동일한 웨이퍼 면적에서 이론상 50%가량 더 많은 셀을 배치할 수 있다.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세우는 수직 채널 기술과 웨이퍼 접합 기술을 결합해 물리적 선폭 한계를 돌파하는 방식이다.
이번 발표는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이 차단된 중국 업계가 선폭 축소 대신 구조를 바꾸는 우회로를 택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도 2028년 전후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을 이어오던 분야다. CXMT가 계획대로 제품을 내놓는다면 차세대 구조 전환에서 경쟁사를 앞지르게 된다.
시장의 반응과 달리 양산 실체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CXMT는 차세대 셀 구조 적용을 공언하면서도 구체적인 칩 다이 크기와 소비 전력, 웨이퍼 투입량, 제조 수율 등 핵심 지표는 공개하지 않았다.
반도체 소자 구조를 수평에서 수직으로 완전히 전환할 때는 공정 난도가 상승해 초기 수율이 극히 낮게 형성된다. 제조 단가가 높거나 웨이퍼당 양품 비율이 받쳐주지 못하면 연내 공개되는 제품은 소량 제작된 엔지니어링 샘플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과거 로드맵 실행 이력도 발표 시점과 대규모 상용화 사이의 시차를 보여준다. CXMT는 2022년 말 DDR5 양산을 공언했지만, 실제 칩이 탑재된 완제품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유통된 시점은 2024년 말이었다. 이후에도 수율과 품질 안정성 문제로 대량 출하 체제를 갖추는 데 상당한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발표된 제품군이 서버용 DDR5 모듈이라는 점은 상용화 문턱을 한층 높인다. 서버용 D램은 24시간 중단 없이 대규모 연산을 수행하는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작동해야 해 모바일이나 PC용 메모리보다 신뢰성 기준이 훨씬 엄격하다.
실제 데이터센터에 탑재되려면 글로벌 중앙처리장치(CPU) 제조사인 인텔이나 AMD의 까다로운 플랫폼 호환성 평가를 거쳐야 한다. 주요 빅테크 기업의 자체 검증을 통과하는 데만 통상 1년 이상이 걸린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해외 클라우드 기업들이 검증되지 않은 중국 업체의 서버용 D램을 전격 도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초기 소비는 중국 내수 데이터센터 물량에 한정될 공산이 크다.
이번 4F² 선언은 구조적 혁신을 앞세워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과 대규모 국가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향후 차세대 D램 경쟁의 성패는 연내 공개될 시제품의 구체적 성능 지표와 글로벌 고객사의 호환성 평가 통과 여부, 그리고 수율 안정화에 따른 양산 물량 확대 시점이 가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