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6.10.11 09:11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스위스 수주전 탈락 정황
이스라엘과 프랑스 장거리 방공 체계 2파전 압축
스위스 내 이스라엘 무기 반발 겹쳐 연내 선정 지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야심 차게 도전한 스위스의 장거리 미사일방어 체계 도입 사업에서 사실상 경쟁권 밖으로 밀려났다는 현지 관측이 나왔다.
9일과 10일 스위스 현지 매체 타흘레스(Tachles) 등의 보도와 방산업계 동향을 종합하면, 스위스 방위조달청(Armasuisse)은 지난 6월 협상에 들어간 미사일 체계 후보 3종 가운데 한국의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를 제외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수주전은 이스라엘 방산 기업 라파엘(Rafael)의 ‘데이비드 슬링(David's Sling)’과 프랑스∙이탈리아 합작 기업 유로삼(Eurosam)의 ‘샘프티 엔지(SAMP/T NG)’ 2파전으로 좁혀졌다.스위스의 이번 미사일방어 체계 도입 사업은 기존 계약의 차질에서 출발했다. 스위스 정부는 당초 미국의 방공 시스템 ‘패트리어트’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미국이 우크라이나 등에 지원 물량을 우선 배정하면서 납기가 길게는 2035년까지 지연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스위스 정부는 긴급하게 대안을 물색해 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고도 40~60km 상층 방어가 가능한 L-SAM으로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스위스가 무기 체계 평가에서 ‘유럽 내 생산 비중’을 핵심 요건으로 삼으면서 한계에 부딪힌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 현지에 자체 미사일 생산망을 갖추지 못한 점이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한국군에도 내년부터 실전 배치가 시작되는 단계여서 이미 전력화된 경쟁 체계들보다 실전 검증 실적이 부족했다는 점도 경쟁 열위 요소로 꼽혔다.
현재 유력 후보로 남은 데이비드 슬링과 샘프티 엔지는 뚜렷한 장단점을 앞세워 경쟁하고 있다. 기술적 우위에 있는 것은 이스라엘의 데이비드 슬링이다. 이 시스템은 최근 이란과의 무력 충돌 과정에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직접 요격하며 실전 방어 능력을 입증했다. 스위스 방위조달청 역시 내부적으로 실전 경험이 풍부한 데이비드 슬링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샘프티 엔지는 정치적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가장 큰 무기다.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공동 개발한 체계인 만큼, 스위스 정부가 이를 채택하면 유럽 방산 생태계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 유로삼 측은 납기 준수와 가격 고정을 약속하며 스위스의 불확실성을 파고들고 있다. 유로삼은 2026년에 계약하면 2028년에서 2029년 사이에 납품을 시작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기종이 압축됐지만, 최종 승자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번 수주전의 최대 쟁점은 스위스 내부의 정치 지형이다. 영세 중립국인 스위스는 현재 전쟁 중인 이스라엘로부터 무기를 도입하는 것을 두고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다. 이스라엘이 자국 방어를 이유로 스위스 납품을 미룰 수 있다는 우려도 의회에서 제기된다.
스위스 의회는 이런 정치적 갈등과 재원 마련 문제를 이유로 미사일 도입 사업의 긴급 처리를 거부하면서, 당초 계획했던 연내 기종 선정 일정은 이미 무너진 상태다. 현지 매체 20미누텐(20 Minuten)에 따르면 이번 사업을 주도해 온 스위스 국방부 마르틴 피스터 장관이 다른 부처로의 이동을 검토 중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스위스 정부가 실제 도입 계약을 언제 마무리할 수 있을지가 주요한 관전 포인트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