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주형 기자
  • 입력 2026.10.11 07:12

SK온 이반차 공장 지하수 오염 적발에 현지 정부 징벌적 규제 예고
내년 1월 전담 감독청 출범하며 기존 친기업 정책서 징벌적 제재로 선회
과징금 상한 50억 포린트 인상 법제화 및 기존 공장 전수조사 여부 주목

AI 생성이미지.

유럽 최대 배터리 생산 기지인 헝가리가 환경 오염을 일으킨 대형 산업 시설에 부과하는 벌금 상한을 50억 포린트(약 220억 원)로 대폭 인상한다. 최근 SK온의 현지 배터리 공장이 지하수 오염 논란으로 1억 포린트의 벌금 처분을 받은 직후 나온 조치다. 정권 교체 이후 출범한 헝가리 새 정부가 과거의 친기업 정책을 거두고 징벌적 규제에 나서면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비용 및 규제 위험이 최고조에 달했다.

헝가리 머저르 페테르 총리는 1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결과 없는 오염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며 오염 기업에 대한 벌금 상한을 50억 포린트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환경영향평가와 허가 조건을 전면 재점검하고, 2027년 1월 출범하는 국가생활환경감독청에 배터리 산업 전담 조직을 신설해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SK온 헝가리 이반차 공장의 유해 물질 유출 사고다.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SK온은 9월 공장 내 지하수 관측정에서 배터리 제조용 유기용매인 N-메틸-2-피롤리돈(NMP)이 검출돼 1억 포린트의 환경 벌금을 부과받았다. 외부 민간 우물에서는 유해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으나, 해당 공장이 지난 8월에도 근로자 니켈 노출 등 안전 규정 위반으로 동일한 액수의 과징금을 낸 사실이 겹치면서 현지 여론이 악화했다. 헝가리 노동조합과 정치권은 대기업에 부과된 1억 포린트의 벌금이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며 징벌적 제재를 요구해 왔다.

이번 벌금 상한 인상은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 헝가리 정치 지형 변화에 따른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과거 10년 이상 집권했던 오르반 빅토르 전 정부는 세제 혜택과 부지 무상 제공 등 파격적인 지원을 앞세워 삼성SDI와 SK온 등 글로벌 배터리 기업을 유치했다. 그러나 최근 선거에서 승리해 정권을 잡은 머저르 총리의 티사(Tisza) 정부는 배터리 공장의 환경 및 노동 문제를 엄격하게 통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가장 큰 변화는 제재의 실효성 확보다. 기존 환경 벌금 체계에서는 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내더라도 법정 최고 벌금액이 낮아 환경 개선에 투자하기보다 벌금을 내는 편이 유리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헝가리 정부가 상한액을 50억 포린트로 올린 것은 기존 SK온이 받은 최고 수준 벌금의 50배에 달하는 규모다. 새롭게 출범하는 국가생활환경감독청은 50명 규모의 이른바 ‘녹색 파수꾼’을 배치해 불법 수자원 이용과 유해 물질 무단 배출을 집중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다.

규제 강화는 헝가리에 거점을 둔 모든 한국 배터리 기업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재 헝가리에는 SK온 외에도 삼성SDI가 괴드 지역에서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CATL 역시 데브레첸에 대형 공장을 건설하며 진출해 있다. 이들 기업은 유럽연합(EU)의 배터리 여권 제도 시행과 탄소 발자국 추적 등 역내 공통 규제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생산 기지인 헝가리 당국의 강력한 현장 규제까지 이중고를 안게 됐다.

다른 유럽 국가에 공장을 둔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헝가리의 규제 리스크는 도드라진다. 과거 헝가리는 환경 및 노동 규제가 느슨해 생산 단가를 낮추는 데 유리한 국가로 분류됐으나, 이번 정책 선회로 이 같은 비교 우위가 상당 부분 상쇄될 처지에 놓였다. 막대한 양의 용수를 사용하고 화학 물질을 다루는 배터리 산업 특성상, 현지 환경 당국의 불시 점검이나 인허가 지연이 곧바로 공장 가동 중단이나 대규모 과징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반차 공장 지하수 오염 건은 개별 기업의 실수를 넘어 헝가리 당국의 새로운 규제 잣대를 가늠할 첫 시험대다. 벌금 상한 인상안이 구체적으로 언제 법제화돼 시행될지, 그리고 새 감독청이 출범 직후 기존 배터리 공장에 대한 대대적인 환경 전수조사에 착수할지가 향후 현지 사업의 규제 비용을 가늠할 핵심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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