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6.10.11 07:11
캔자스시티 조례 가결…29개 지자체 비용 회수 동참
소비자 배상 이어 공공안전 부문 행정력 낭비 책임
기밀 유지된 전체 합의금 규모와 연내 최종 서명 여부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국 내 차량 도난 급증 사태와 관련해 소비자 집단 소송에 이어 지방자치단체들과의 소송전도 전국 단위 합의로 마무리하고 있다. 도난 방지 장치 누락으로 경찰 행정력 등 공공안전 비용이 낭비됐다며 소송을 낸 미국 캔자스시티가 합의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하면서, 28~29곳의 지자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배상 합의의 실체가 공식화됐다.
미국 지역 매체 비컨이 지난 9일 보도한 시의회 회의 기록에 따르면, 캔자스시티 시의회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미국법인의 도난 관련 비용 회수 합의에 시 법무관이 서명하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조례 260838호를 통과시켰다. 이 조례는 앞서 9월 24일 본회의에서 12대 0으로 가결됐다. 캔자스시티 매슈 지글리오티(Matthew Gigliotti) 시 법무관은 캔자스시티 외에 다른 28~29곳의 지자체도 자동차 제조사들과 전국 단위 합의를 마무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지자체 소송 합의는 앞서 약 2억 달러(약 2,700억 원) 규모로 이뤄진 소비자 피해 보상과는 별개의 쟁점이다. 2022년 무렵부터 미국 소셜미디어 틱톡 등에서는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차량을 표적으로 삼는 이른바 '기아 보이즈' 절도 행각이 유행했다.
단순한 개별 차량 파손을 넘어 절도 범죄가 폭증하자, 각 지역 경찰의 출동 횟수가 늘고 재산 피해 대응을 위한 행정 비용이 급증했다. 이에 캔자스시티를 비롯한 다수의 미국 지자체는 2023년부터 제조사가 기초적인 도난 방지 장치를 누락해 지역 사회의 공공안전 예산을 소모하게 만들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 사건들은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의 다중지구소송(MDL)으로 병합돼 다뤄져 왔다.
결함 있는 제품이 초래한 간접적인 행정 비용까지 제조사가 물어내는 구조다. 소비자 대상 보상에 이어 공공 부문 배상금까지 치르면서 회사 측은 금전적 타격을 입게 됐지만, 장기화할 수 있었던 다수 지자체와의 법적 불확실성을 일괄 합의 형태로 덜어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
한계는 남는다. 전체 지자체가 서명을 마칠 때까지 구체적인 합의 금액과 조건은 기밀로 유지된다. 캔자스시티는 배정받을 합의금을 2027~2028 회계연도 폭력예방기금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이 금액이 실제 투입된 경찰력 등 공공 비용을 온전히 보전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각 지자체의 피해 산정 기준도 다를 수 있어 향후 배분 과정의 기준도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혼다나 도요타, 포드 등 주요 경쟁사들은 이미 2010년대부터 대부분의 차량에 이모빌라이저를 기본 장착해 범죄 표적에서 비켜났다. 반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과거 미국 수출용 특정 트림에서 원가 절감 등을 이유로 이를 제외했다가 뒤늦게 소프트웨어 무상 업데이트를 배포하는 등 보안 구조의 열위를 드러내며 막대한 사후 처리 비용을 치르고 있다.
연내 전체 지자체의 서명이 이뤄져 소송이 최종 취하되는지와 베일에 싸인 전체 합의금 규모가 법원 기록 등을 통해 언제 공개될지가 향후 지켜볼 대목이다. 또한 이번 전국 단위 지자체 합의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주 정부 차원의 추가 제소 여부도 회사 측이 완전히 털어내야 할 불씨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