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형진 기자
  • 입력 2026.10.11 07:11

42헥타르 산업용지 증설 발표 1년 전 사들여 매각
14억 포린트대 수익 낸 거래에 사전 정보 유출 의혹
매수자인 한국 측은 수사 제외돼 증설 차질 적을 전망

AI 생성이미지.

한국타이어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 중인 헝가리 라칼마시(Rácalmás) 공장 주변 토지 거래와 관련해 현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공장 증설 전 부지를 미리 사들여 한국타이어 측에 되판 헝가리 현지 기업이 막대한 차익을 거둔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수사는 해당 기업이 헝가리 정부로부터 한국타이어의 공장 증설 계획을 사전에 입수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타이어는 부지를 매입한 당사자일 뿐 혐의가 없어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현지 유력 인사가 연루된 정치적 공방으로 번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텔렉스(Telex) 등 헝가리 현지 언론에 따르면, 부다페스트 경찰청(BRFK)은 현지 기업 '라칼마시 그린더스트리 프로옉트'의 2022년 토지 매입 건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22년 11월 한국타이어 라칼마시 공장과 인접한 42헥타르 규모의 산업용지를 매입했다. 이후 토지 일부를 한국타이어에 매각하고, 남은 부지에 대해서는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 거래를 통해 회사는 2023년 재무제표 기준 세후 14억 3,300만 포린트(약 54억 원)의 수익을 냈다.

핵심 쟁점은 거래 시점과 사전 정보 획득 여부다. 헝가리 정부는 2021년 라칼마시 일대를 특별경제구역으로 지정했고, 2023년 11월 헝가리 외무부 시야르토 페테르 장관은 한국타이어가 라칼마시 공장에 2,100억 포린트(약 7,900억 원)를 투자해 일자리 450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현지 경찰은 해당 기업이 대규모 외국인 투자와 관련한 정부 내부 정보를 미리 빼내 알박기식 투자를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헝가리 내부의 정치적 쟁점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수사 대상에 오른 회사가 헝가리 여당과 밝접한 현지 유력 사업가 필립 라커이와 얽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타이어는 헝가리 당국의 수사 선상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부당한 거래를 지시하거나 공모한 정황이 없으며, 현지 법과 절차에 따라 공장 증설에 필요한 부지를 매입한 정상적인 기업 활동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고발인 역시 라커이 측의 정보 입수 과정을 문제 삼았을 뿐, 한국타이어를 혐의 대상으로 지목하지 않았다.

의혹의 당사자인 라커이 측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는 현지 언론을 통해 "관련 부지는 2020년부터 눈여겨본 곳으로 2021년 매수 권리를 확보한 뒤 2022년 소유권을 얻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한국타이어의 증설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으며 어떠한 정부 내부 정보도 제공받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무고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국타이어 입장에서 헝가리 라칼마시 공장 증설은 유럽 상용차 타이어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 확보를 의미한다. 2018년 최초 논의가 시작된 이후 약 5년 만인 2023년 투자가 확정됐으며, 트럭·버스용 타이어(TBR)를 연간 80만 개 생산하는 라인을 구축해 올해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유럽 트럭·버스용 타이어 시장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분야다. 한국타이어는 그동안 한국과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상용차 타이어 물량을 유럽으로 수출해 왔으나, 물류비 절감과 점차 높아지는 무역 장벽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을 결정했다. 이번 증설이 완료되면 미쉐린, 콘티넨탈 등 글로벌 선두 경쟁사들과 유럽 내에서 직접적인 점유율 경쟁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현지 경찰 수사가 정치권의 진실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한국타이어의 공장 증설 공정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한국타이어가 라칼마시 공장 인근의 필요 부지 소유권과 우선매수권을 합법적으로 확보한 상태라, 토지 문제로 인한 건설 차질은 빚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대규모 투자에 헝가리 정부의 보조금과 행정적 지원이 맞물려 있는 점은 고려해야 할 요소다. 향후 헝가리 수사 당국이 여권 인사의 사전 정보 유출 여부를 어떻게 결론 내릴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현지 행정 지연이나 정치적 여론 악화가 발생하지 않을지가 원활한 공장 가동과 안착을 가늠할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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