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헌석 기자
  • 입력 2026.09.09 13:13

푸틴-트럼프 통화 임박, 크렘린 공식 확인
돈바스 철수·유엔 평화군·비동맹 지위 담겨

AI 생성이미지. /랑펀미디어
AI 생성이미지. /랑펀미디어

러시아·미국·우크라이나 3자 평화협상이 재개될 전망이다. 미국 협상단의 모스크바·키예프 방문 이후 협상 국면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7일(현지시간) 러시아 매체 KP.RU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할 예정이다. 크렘린궁은 공식적으로 통화 가능성을 확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미국·우크라이나 간 직접 3자 협상이 가까운 시일 내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날짜와 세부 내용은 아직 없다면서도 논의가 실제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3자 협상 재개는 모든 당사자가 확인했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 특사는 키예프 기자회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크렘린궁은 페스코프 대변인의 발언을 통해 각각 이를 인정했다.

3자 형식은 앞서 이스탄불과 제네바에서 시도된 바 있다. 당시 성과는 포로 교환과 인도적 절차에 그쳤고, 평화 문제에서는 키예프와 모스크바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았다.

미국 협상단은 이번 방문에서 구체적인 제안을 들고 왔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은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가 크렘린궁에서 "분쟁 해결을 위한 여러 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언론에 유출된 미국의 제안은 6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우크라이나군의 돈바스 철수와 휴전, 자포리자주 일부 지역에서의 철수, 해당 지역에 대한 유엔 평화유지군 배치, 키예프의 무력 영토 회복 포기와 비동맹 지위 및 군사동맹 가입 금지, 우크라이나군 규모 제한,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문제 해결 등이다.

최종 평화협정은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 이후에만 서명될 수 있으며, 이 절차는 유엔에 명시돼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의 제안이 사실상 지난해 11월 제시된 '트럼프 플랜'을 재가공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언론에 유출된 항목들은 이 설명과 부합한다.

KP.RU는 이 같은 조건이 러시아에 사실상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나치 이념 문제와 반데라 추종자들의 재매장 문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3자 협상 계획 발표 직후 "미국 파트너들과 합의할 기회가 있기를 매우 희망한다"면서도 "전쟁이 겨울까지 계속될 경우 유럽 파트너들의 지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트코프와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평화보다 패트리어트 요격미사일 지원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전해졌다.

표도르 루키야노프 정치학자는 "키예프와 유럽 각국은 비표준적인 미국 지도자를 상대하는 법을 익혔다"며 "자신의 목적을 관철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압박을 피하는 데 능숙해졌다"고 평가했다.

미국 협상단은 오는 11월 미국 의회 중간선거 전까지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길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은 현재 선거에서 크게 뒤처지는 상황이다.

반면 키예프와 런던, 브뤼셀은 대치를 계속 끌어가며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군사 지원을 얻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모스크바는 평화에 열려 있지만 유출된 조건이 대체로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면서도, 전선과 장거리 타격 교환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양보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루키야노프는 "트럼프가 어떤 군사 지원 중단도 실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의 성공을 돕는 행동은 그의 계획에 없고, 미국 정치권 어디에서도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실질적 전략은 양측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사실상 포기한 채 갈등이 스스로 소진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모스크바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거론되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대러 제재 법안은 공론장에서 사라졌고, 패트리어트 미사일 지원 논의도 진전이 없다.

드미트리 노비코프 러시아 국립연구대학 고등경제대학(HSE) 부교수는 "순수한 외교적 방법으로는 모순을 해결하고 교착 상태를 돌파할 수 없다"며 "다만 다양한 분야의 휴전 같은 새 제안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것은 미국 외교가 즐겨 쓰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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