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6.09.09 13:08
러, 2022년 키예프 철수 '선의' 주장…서방은 '군사적 실패' 반박
트럼프-푸틴 1시간 통화…'조속한 종식' 의사 확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군사 공격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전투와 외교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8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투와 외교. 역사에서 그래왔듯이 두 가지가 병행해 동시에 진행되지 못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 협상의 시작이 반드시 휴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발언은 워싱턴과 모스크바, 키예프 사이에 외교 활동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는 이틀 전 모스크바와 키예프를 잇는 순방을 마쳤다. 이들은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방문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현재의 입장을 2022년의 사례로 설명했다. 러시아군이 키예프 인근에서 철수한 것을 두고 크렘린은 당시 협상 과정에서의 '선의의 제스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키예프와 다수의 서방 분석가들은 이와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이들은 러시아군의 철수가 우크라이나 수도 공세의 군사적 실패에 따른 것이지 외교적 양보가 아니었다고 본다.
당시 러시아군의 공세는 현지 저항과 보급 문제로 막혔다. 철수 과정에서는 유엔이 기록한 부차와 이르핀의 민간인 학살이 드러났고, 이는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강화하고 이스탄불 협상의 붕괴를 앞당겼다.
라브로프 장관에 따르면 러시아군 철수 이후 키예프가 당시 협상 조건으로 평화를 확정하는 것을 거부했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외교 협상이 계속되더라도 러시아의 군사 목표를 중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 정책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모스크바는 이 사건을 휴전 약속에 대한 불신의 출발점으로 기억하는 반면, 키예프는 강압 속의 협상이 러시아군의 잔학 행위가 알려지면서 깨졌다고 설명한다.
러시아 외교가 2년 넘게 퍼뜨려 온 이 배경 설명은 크렘린이 미국 측 사절과의 접촉이 늘어나는 주에도 우크라이나 기반시설에 대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포함한 군사 작전을 계속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데 쓰인다.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은 위트코프와 쿠슈너의 순방 직후 나왔다. 이들은 지난 5일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3시간 넘게 회담했고, 다음 날 키예프로 이동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이후 미국 특사들의 첫 키예프 공식 방문이었다. 수행단에 따르면 위트코프의 모스크바 방문은 이번이 여덟 번째, 쿠슈너는 세 번째였다. 두 사람 모두 이전에는 키예프를 밟은 적이 없어 우크라이나 관리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순방은 모스크바와 키예프 사이의 쟁점, 특히 돈바스 문제에 대한 접근 소식 없이 끝났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80% 이상을 점령하고 있으며, 푸틴 대통령은 전쟁 종식 조건으로 이 지역 전체를 요구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해법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피하고 사안의 중요성만 강조했다. 키예프 방문의 유일한 가시적 성과는 우크라이나와 미국, 그리고 독일·프랑스·영국의 국가안보보좌관들 간 향후 조율 약속이었다.
라브로프 장관의 인터뷰 몇 시간 전 크렘린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푸틴 대통령과 1시간 동안 전화 통화를 했다고 확인했다. 통화는 위트코프와 쿠슈너의 임무 결과를 평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 국제정책 보좌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분쟁의 조속한 종식이 바람직하며, 이는 미국과 러시아 관계의 완전한 회복으로 가는 길을 즉시 열어줄 것이라는 생각을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 이전에 진전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뜻도 내비쳤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는 유럽에 대해 "적대적 의도"가 없다고 전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8월 독일 라이프치히 공항에서 드론이 발견된 사건 등 모스크바에 책임이 있다고 지목된 사건들을 두고 여러 유럽 정부가 경고를 내놓은 데 대한 답변이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가 "현장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워싱턴과의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거부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는데, 모스크바는 이를 2022년부터 양보할 수 없는 조건으로 간주해 왔다.
양측 모두 합의를 위한 구체적인 시한을 정하지 않은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