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헌석 기자
  • 입력 2026.09.09 12:53

미등록 시험차, 원시취득으로 과세 제외
시행령 취득시기 규정 놓고 과세당국 결론 갈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AI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AI

법제처가 9월 8일 경기도의 질의에 회신해, 차량 제조자가 제작한 차량을 등록하지 않고 임시운행허가를 받아 시험·연구용으로 직접 사용하는 경우 해당 차량은 「지방세법」 제7조에 따른 취득세 과세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법제처 해석 26-0394).

이번 회신은 미등록 시험차의 취득세 과세 여부를 둘러싼 해석 다툼에 비과세로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다만 행정안전부의 기존 유권해석과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과세 쪽에 서 있어, 지자체 과세 실무의 재정비가 불가피해졌다.

완성차 시험차, 왜 쟁점이 됐나

완성차·부품 제조사는 신차 개발 과정에서 시작차·시험차를 제작해 도로 주행시험, 내구평가, 인증시험을 한다. 이 차량들은 양산차로 판매되기 전 단계라 「자동차관리법」 제5조의 정식 등록 대신 같은 법 제27조의 임시운행허가를 받아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

취득세 과세 여부가 문제가 된 배경에는 「지방세법」 제7조제2항이 있다. 본문은 부동산등의 취득은 등기·등록을 하지 않아도 사실상 취득하면 취득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일부 지자체는 제조사가 임시운행허가 차량을 직접 사용하는 것을 사실상 취득으로 보고 취득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과세 쪽이 근거로 든 것은 「지방세법 시행령」 제20조제3항제2호다. 이 조항은 차량등을 제조·조립·건조하는 자가 그 차량등을 직접 사용하는 경우 취득 시기를 등기·등록일과 사실상의 사용일 중 빠른 날로 정한다. 과세관청은 이 규정이 직접 사용을 과세대상으로 전제한다고 해석했다.

반면 제조사 측은 제7조제2항 단서를 들었다. 단서는 차량, 기계장비, 항공기 및 주문을 받아 건조하는 선박은 사실상 취득이 승계취득인 경우에만 해당한다고 규정한다. 자기가 만든 차를 직접 쓰는 것은 승계취득이 아닌 원시취득이므로 과세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다. 경기도가 이 쟁점을 법제처에 정식 질의했다.

단서 문언, '승계취득'에만 한정

법제처는 먼저 「지방세법」 제7조제1항이 부동산등을 취득한 자에게 취득세를 부과하고, 제2항 본문이 등기·등록 등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소유권 취득의 실질적 요건을 갖춘 경우 사실상 취득으로 본다고 정리했다.

이어 제2항 단서가 차량등에 대해서는 사실상 취득의 범위를 승계취득인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고 봤다. 차량 제조자가 제작한 차량을 등록하지 않은 채 직접 사용하는 경우는 등기·등록이 없는 사실상 취득에 해당하되, 권리가 타인의 권리에 기함이 없이 새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승계취득이 아닌 원시취득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법제처는 원시취득과 승계취득의 구분 근거로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6두34783 판결을 인용했다. 이 판결은 원시취득을 어떤 권리가 타인의 권리에 기함이 없이 특정인에게 새로 발생하는 취득으로 본 대표적 판례다.

이 판결 이후 2016년 12월 27일 법률 제14475호로 개정된 「지방세법」 제6조제1호는 원시취득 정의에 수용재결로 취득한 경우 등 과세대상이 이미 존재하는 상태에서 취득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괄호를 신설했다. 제조사가 새로 만든 차량은 과세대상 물건이 새로 생성되는 전형적 원시취득에 해당한다.

조세법률주의도 강조했다.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도1191 판결을 인용해 조세법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제7조제2항 단서는 차량등의 사용 목적을 과세요건으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과세대상이 차량등이고 사실상 취득이 승계취득이 아니라면 사용 목적이 무엇이든 문언상 취득세 과세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법제처의 결론이다. 제조사가 차량을 실수요자에게 공급하지 않고 직접 사용한다는 이유로 과세하는 것은 법문의 과세요건을 사용 목적 기준으로 확장 해석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봤다.

시행령 취득시기 규정은 과세 근거 될 수 없어

쟁점이 된 「지방세법 시행령」 제20조제3항제2호에 대해 법제처는 선을 그었다. 이 규정은 납세의무자의 범위를 정하는 규정이 아니라, 「지방세법」 제7조에 따른 납세의무자에게 같은 법 제10조의2부터 제10조의6까지의 과세표준을 적용하는 경우의 취득 시기를 정하는 규정이라고 봤다.

법제처는 그 근거로 「지방세법」 제10조의7을 들었다. 시행령 제20조는 제조사가 제조한 차량을 직접 사용하면서 자신의 명의로 등록하는 등 제7조제1항에 따라 과세대상에 해당하게 된 경우에 취득 시기를 정하려는 규정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제7조제2항 단서가 원시취득으로서의 사실상 취득을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이상, 시행령의 취득 시기 규정을 근거로 과세대상을 확장할 수는 없다는 게 법제처의 판단이다.

행안부·법원과 엇갈린 결론

법제처 회신은 행정안전부가 시행령 제20조제3항제2호를 근거로 삼아 온 해석과 배치된다. 행안부는 2018년 3월 28일 지방세운영과-680 회신에서 판매 목적 신규차량은 과세대상에서 배제하되 자가 사용하는 경우에는 과세대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신은 제조사로부터 차량을 사들여 구조변경한 업체가 실수요자에게 판매한 사안에서 납세의무가 없다고 결론 내리면서도, 직접 사용은 과세라는 전제를 깔았다. 시행령 제20조제3항제2호가 직접 사용의 취득 시기를 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한 해석이다.

하급심에서는 과세 쪽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2023누62351 판결은 직접 제조한 차량에 대한 취득세 경정청구 거부처분 취소 사건에서 차량 제조자가 직접 사용하는 경우에도 취득세 과세대상임을 인정하고, 개정된 시행령이 취득 시기를 명확히 규정해 기존 과세의 정당성을 뒷받침한다고 봤다.

다만 행안부 회신은 제조사로부터 차량을 사들인 승계취득 사안을, 법제처 해석은 제조사가 자기가 만든 차를 쓰는 원시취득 사안을 각각 다뤘다는 점에서 사실관계에 따른 구분 가능성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시행령 제20조제3항제2호를 직접 사용 과세의 근거로 보는 해석 자체는 정면으로 충돌한다.

실무 적용과 정리 과제

이번 해석은 완성차·부품 제조사와 연구기관이 임시운행허가를 받아 운용하는 시험·연구용 차량 전반에 적용된다. 신차 개발용 시작차, 내구시험차, 자율주행·전기차 등 신기술 평가차가 대표적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미등록 임시운행허가 차량에 대한 취득세 부과처분이 있으면 이번 법제처 해석을 근거로 경정청구나 불복을 검토할 수 있다. 이미 납부한 세액은 「지방세기본법」이 정한 경정청구 기간 내에 환급을 주장할 여지가 생긴다.

다만 행안부와 법원의 기존 판단이 과세 쪽에 있는 만큼, 지자체가 법제처 해석만으로 곧바로 비과세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법제처의 법령해석은 행정 내부에서 존중되는 기준으로 기능하지만, 법원 판단과 충돌하면 최종적으로는 사법 판단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과세 실무의 혼선을 줄이려면 시행령 제20조제3항제2호의 정비가 필요하다. 원시취득은 과세대상이 될 수 없다는 법제처 해석이 유지된다면, 직접 사용의 취득 시기를 규정한 이 조항은 과세대상이 되는 경우를 전제로 축소 해석되거나 개정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제조사 직접 사용에 과세할 정책적 필요가 크다면 제7조제2항 단서 자체를 개정해 원시취득의 직접 사용을 과세대상에 포함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조세법률주의상 시행령 해석으로 과세 범위를 넓힐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쟁점은 차량에 한정되지 않는다. 제7조제2항 단서는 기계장비, 항공기, 주문을 받아 건조하는 선박에도 적용된다. 제조사가 자체 제작한 장비·항공기를 직접 사용하는 경우에도 같은 논리가 확장될 여지가 있다.

결국 법제처 해석은 제7조제2항 단서의 문언을 재확인한 것이다. 과세당국이 시행령의 취득 시기 규정을 과세요건 창설 근거로 활용해 온 관행에 제동을 건 셈이다. 지자체는 기존 부과처분과 향후 과세 실무를 이 기준에 맞춰 정비해야 할지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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